‘세상을 바꾸는 공간’을 함께 지어주세요

올해는 3.1혁명 100년, 민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0년 한국의 언론상황은 어땠을까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3.1 혁명 당시 조선민중의 독립 열망에 놀라 그 이듬해인 1920년 이른바 문화정치를 표방하며 3개 민간신문 발행을 허가합니다. 그 중 두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입니다. 이 신문들은 일제와 독재에 부역하면서도 가문이 대를 이어 세습하는 족벌 언론으로, 이제 종편방송까지 거느리며 지금까지 한국 신문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거대 상업매체가 태동해 족벌언론과 함께 재벌언론이라는 또 다른 축을 형성해 역시 한국 언론을 장악해 왔습니다.

관영매체에서 공영으로 탈바꿈한 언론사들은 정권의 향배에 따라 굴곡을 거듭했습니다. 간헐적으로 독립매체들이 출현했지만 권력의 탄압과 열악한 재정 때문에 명맥을 잇지 못하거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 100년 한국 언론의 자화상입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족벌, 재벌, 관제언론이 형성한 극우보수와 기득권 편들기 일색의 저널리즘 지형을 이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전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보다 나아진 게 없습니다. 정파성과 이윤추구에 매몰된 저널리즘 생태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기성언론에 비해 뉴스타파는 인력도 장비도 보잘 것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치지 못하고, 부실 수사를 하고도 신의 영역 운운하는 검찰을 방치하고, 국제사기 행각을 오히려 홍보하는 언론의 현실을 직시하는 한 기성언론보다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12년 1월 27일 뉴스타파 1회 시작 멘트 중 -

2012년 1월 27일 뉴스타파 첫보도는 정치권력에서 독립된 언론임을 선언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권언유착을 거부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일성이기에 울림은 더욱 컸습니다. 첫보도 유튜브 조회수가 100만에 육박할 정도로 이목이 집중됐고, ‘진실'에 목말라하던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당근과 채찍으로 언론을 길들이던 시기, 해직 언론인들의 패기가 시대의 요구와 맞닿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2012년 대선 결과는 역으로 권력에 영합하지 않을 새로운 언론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대선 직후 한 달 새 2만 여명이 뉴스타파 후원회원으로 참여했습니다. 2013년 초 뉴스타파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라는 조직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의 광고, 협찬에 매달리지 않고 오로지 풀뿌리 시민의 후원에 100% 기반한 비영리, 비당파 독립언론 모델이 탄생한 것입니다. 시민들이 만든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기성언론이 넘지 못한 성역을 거침없이 타파해나갔습니다. 재벌과 정치인, 고위관료 등의 부패와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친 것도 자본권력,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곁방살이, 그리고 두 번의 이전

뉴스타파의 첫번째 업무 공간은 청와대가 보이는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 창가였습니다. 밤샘하다 언론노조 사무실 바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청하던 제작진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갔을 때, 시민들은 간이 침대를 보내주며 응원했습니다. 2012년 대선 이후 언론노조 회의실을 떠나 비록 방음도 냉난방도 잘 안 됐지만 작은 스튜디오와 업무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더 지속하라는 시민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중반에 접어들자 뉴스타파가 감당해야 할 탐사보도 수요도 급격하게 늘었고 제작진도 증가했습니다. 좀 더 넓은 공간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뉴스타파에 사무실을 임대해주겠다는 건물주가 없었습니다.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갈 곳이 없다는 절박감이 몰려올 때 다행히 현재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성공회성당 부속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성공회성당은 87년 6월 항쟁의 진원지이기도 했기에 뉴스타파 제작진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성공회성당 부속건물에 공간을 마련한 바로 그해 가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인접한 덕에 뉴스타파는 촛불혁명의 역사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영향 받지 않는 독립언론 거점 필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제협업 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과도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은 물론 셜록과 프레시안 등과의 협업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경쟁 대신 협업과 연대를 앞세우는 뉴스타파가 국내 언론사 공동취재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습니다.

정권이 교체되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뉴스타파에도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자본의 영속적 언론 지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시류에 따라 생멸하는 매체가 아닌 시민과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독립언론의 허브로서 자리매김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10만 후원회원과 함께 100년 독립언론으로 거듭나고 많은 독립매체, 독립언론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자본권력, 정치권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공간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독일에서는 뉴스타파를 벤치마킹해 출범한 독립언론 코렉티브(Correctiv)가 비영리 언론의 집이라는 뜻의 ‘Haus des gemeinnützigen Journalismus’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뉴스타파와 비슷한 형태의 독립탐사언론 메디아파르트(Mediapart)를 비롯한 독립언론들이 자유 언론의 집이라는 뜻의 ‘Maison des Médias libres’ 건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두 독립언론과 프리랜서 언론인 사이의 협업, 연대, 네트워킹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탐사센터 건립 목적과 활용계획

뉴스타파가 올해 추진하는 공간 확보 역시 독립언론의 협업,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위디스크 양진호 사건 보도 당시 독립언론인 셜록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공익신고자와 회의하고, 타사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연 뉴스타파 1층 회의실이었습니다. 진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이 탐사보도 취재 노하우를 배우고 실습을 해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뉴스타파 회원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임시 공간이 아닌 보다 안정적인 터전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새로운 공간은 한국 탐사보도의 허브로서 상징적 공간이 될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2013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 이후 뉴스타파 취재진은 국정원 대선개입과 간첩조작, 그리고 전두환 등 국내 유력인사의 탈세와 해외 은닉 재산을 추적한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보도 등 한국 언론 역사에 남을 굵직한 탐사보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한국탐사보도의 중심축으로서 세상을 바꿔나갈 ‘선한 연대’를 통한 협업에도 박차를 가해나갈 것입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와도 연대와 협업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3년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국내 최초로 정회원으로 초청됐고, 2014년 글로벌탐사저널리즘네트워크 GIJN에 뉴스타파가 국내 유일한 회원사로 가입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8년 10월 서울에서 GIJN 아시아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4백여 명의 언론인들이 서울에 모여 아시아 지역 언론 자유를 외치고, 비영리 탐사보도를 위한 다양한 취재 노하우도 공유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은 아시아권 탐사보도 협업의 구심점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7년, 뉴스타파는 대한민국 언론에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서 독립' 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시민들 역시 뉴스타파 후원을 통해 독립언론의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후원회원들의 당부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일을 장기적 전망 하에 지금부터 시작해나가려고 합니다.

2019년 8월 15일 광복절에 가칭 ‘독립탐사센터’ 오픈 목표

뉴스타파는 세상을 바꾸는 공간 세우기 프로젝트를 <세상을 바꾸는 공간 ‘짓다’> 로 정했습니다. 물리적 공간을 짓는 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도 정진해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공간은 앞으로 7개월 간 준비해 8.15 광복절 즈음해서 문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사이에 진행되는 상황은 탐사센터 공식 사이트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뉴스타파가 독립탐사언론과의 협업과 연대를 통해 족벌, 재벌, 관제언론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저널리즘 지형을 바꾸고, 언론을 통제하는 각종 도전에 힘차게 응전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동참과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